Book/Mind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침닦는수건 2023. 8. 1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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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게 된 계기

지난 23년 7월부터 북클럽을 시작했는데 8월의 주제가 철학이 되었다. 주제를 선정하는 멤버 분이 추천해주신 책 중 하나인데 너무 심오하지 않다는 점과 나도 알고 있는 채사장의 책이라는 점이 눈에 띄어 읽어보았다. 철학적 사고를 담은 책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용이 가늠도 되지 않고 읽고 나서 내가 어떤 감흥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북클럽을 위해서라도 첫 장을 열었다.
 

짧은 평

내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른 말은 "철학이란 정답이 없이 흐르는 사람의 생각이다." 이다.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개인이 떠올리는 생각의 집합들과 같아서 정답도 없고 방향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어떤 내용을 배웠다, 깨달았다라고 하기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라고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정답이 없으니 이런 생각 왜 하냐, 잡생각이다, 쓸데 없는 생각하지 마라 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요즘 들어 스스로 왜 사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는 와중이라 그런지 작게 나마 마음에 울림이 있었던 책이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적어보면 2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세계가 존재하고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존재하고 세계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사실 이게 잘못된 말이라는 것은 나도 안다만, 사람은 결국 자기의 감각기관으로 느끼는 세계를 세계로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이 알고 있는 세계는 진짜 실제 세계와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개인에게 세계란 객관적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마치 일반인과 색맹이 같은 사과를 보고 다르게 인식하는 것과 같이 세계 자체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공감이 일면서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인식하는 타인과는 애초에 절대 100%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관계가 힘들고 대화가 힘든건지도 모르겠다. 
 
추가적으로 이 내용을 접했을 때,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결국 감각기관으로 왜곡된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사는 존재가 인간인데 그럼 왜곡없는 순수한 것은 무엇이 남았느냐는 질문을 반복하다보면 그런 사유를 하고 있는 의식 그 자체만 남는다는 뜻 같다. 그래서 생각하는 의식, 생각 자체만 오로지 나의 존재를 표현하고 나머지는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번째 내용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다. 책에서는 누구라는 단어는 범위를 사람으로 한정 짓는 단어이기 때문에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옳다고 하는데 질문의 형태야 어떻든 결국 나란 존재는 왜 태어났고, 왜 사느냐는 질문이 핵심이다. 책에서는 결론을 말해주진 않았다. 조금 난해하지만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개소린가 싶었는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영원의 여정 중에 같이 고민을 해줄 의식 1개라는 뜻으로 이해됐다. 
 
책에서 태초에 의식 1개가 존재했고 영원의 시간 동안 스스로 사유하면서 여러 깨달음,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국 그 의식 1개는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궁금증을 갖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끝없이 사유를 다시 시작할 것이고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 뒤 내린 결론은 소멸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소멸한 뒤에 영원의 시간이 지나면 우연에 의해 다시 의식이 생성될 시기가 올텐데 그 때 역시 여전히 답을 모르고 있을 것이고 다시 사유를 시작할 것이다. 사실 상 영원히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라는 뜻이다. 그냥 고민하고 사유하는 것 자체가 결국 존재의 이유가 돼버리는 수준이다. 
 
여기서 우연에 의해 다시 의식이 재생성될 때 1개로 재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로 재생성된다고 생각해보고 그 의식 중 하나가 사람 1명이라고 생각해보면 위의 사람도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위에 2가지 적어보긴 했는데 역시나 정답이 없는 흐르는 생각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뭐 결론은 없다. 그냥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었다.
 
철학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왜 있는지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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