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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 : 사신의 영생

침닦는수건 2025. 6. 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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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후기

삼체 2가 지구에서 우주로 주 세계관을 옮겼다면, 삼체 3는 우주에서 차원 그리고 시공간으로 세계관으로 한 번 더 넓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2편에서 내내 빌드업하며 다루었던 삼체 세계에 대한 비밀이 결국엔 또 엄청 사소한 사실처럼 느껴지도록 세계관을 확장한다. 상상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넓어지는 세계관에 종종 책장을 뒤로 다시 넘겨봐야 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빠르게 확장된다. 새로이 등장하는 요소들도 이해하기가 좀 더 어려웠다. 태양계 우주까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어느 정도 진보된 기술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실 기반의 상상으로 가득차 있었는데 3권에서 다루는 세계로 넘어간 순간 겪어보지도, 추측할 수도 있는 시공간과 차원이기 때문에 철저히 자유로운 상상으로 만들어진 내용들이 자주 등장했다. 때문에 쉽사리 글로 설명하는 광경이 상상되지 않는데 꾸역꾸역 상상하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전개는 시간을 잘 다루었다는 점인데, 시간을 단순히 몇 년이 흘렀다. 몇 백년이 흘렀다 정도로 절대적인 시간 흐름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상대성 이론에서 말하는 빛의 속도와 시간을 가져와 상대적인 시간 흐름으로 다뤘다. 실제로 사건의 지평선에 빨려들어간 존재를 보면 겉에서 보는 우리는 대상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지만 막상 그 안에 있는 대상은 시간이 자신이 평소에 겪던 시간과 똑같이 흐른다. 이처럼 관찰자의 위치와 대상이 위치한 공간 내 중력/빛의 속도에 의해 시간이 다르게 흐름을 이용해 소설 속 두 인물이 서로 다른 시간을 겪지만 독자(제3 관찰자)인 우리는 소설 속 두 인물을 같은 시점에 관찰하도록 했다. 일반 소설 같았으면 A는 과거, B는 미래의 인물로 따로 따로 그리는데 여기선 A가 과거, B는 미래를 살고 있지만 관찰자 입장에선 둘이 같은 순간을 살고 있고 다만 중력이 다른 공간에 있어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을 뿐으로 그린다. 시간을 다루는 사뭇 다른 방식에 어색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어지러움 속에서 신기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주인공이 왕먀오에서 뤄지로, 뤄지에서 청신으로 계속 옮겨가는 전개에서 엄청난 시간을 다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 점도 좋았다. 다루는 시간은 수만년, 수억년에 달하는데 인간은 고작 100년을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자연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1편에서 주인공으로 여겨졌던 사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사장되고, 2편에서 또 다른 존재가 등장한다. 2편에서 주인공을 이어받은 사람이 3편에서는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또 다른 존재에게 바통을 이어준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인공이 사라지는 것으로 시간이 흘러버렸음을 느끼도록 한 듯하다. 

 

전반적으로 삼체3까지 읽길 잘한 것 같다. 용두사미가 절대 아니고 끝까지 완성도 있는 모습과 확장의 확장을 거듭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다 읽고 넷플릭스 삼체를 조금 봤는데 머리 속으로 상상했던 장면을 CG가 10%도 못 따라가서 못 보겠더라. 꼭 소설로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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