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Fun

삼체 2 : 암흑의 숲

침닦는수건 2025. 6. 15.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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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진짜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거의 반년 만에 읽은 것 같다. 3월 ICCV를 준비해보겠다고 한 이후로 제일 먼저 손에서 놓은게 책이었다. (그랬음 안됐다.) 한 번 손에서 책을 놓으니 다시 잡는게 참 어려웠고, 특히 논문처럼 지식 전달이 목적이 아닌 책, 소설 같은 것은 읽는 것 자체가 점점 어색해졌다. 여유가 생긴 김에 어렵사리 책을 다시 잡아서 삼체를 마저 읽기 시작했다. 

 

짧은 후기

삼체 1이 지구 혹은 삼체 세계(게임)가 주 배경이었다면 삼체2는 우주가 주 배경이다. 삼체 함대의 지구 침략이 400년 남았다는 걸 알아차린 시점에서 지구가 그 예견된 전쟁을 대비하는 과정이 주로 담겨있다. 삼체1에서 등장했던 인물들 중 일부만 다시 등장하고, 나머지는 그저 큰 역사가 흘러가는 과정 중 지구에서 작은 역할을 담당했던 인간 하나로 남고 잊혀진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에 적응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파악하기가 꽤나 어렵지만 세계관이 계속 넓어지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뭔가 확장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용을 일일이 읊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나의 감상만 기록해보면 꼼꼼히 공부한 지식과 탄탄히 쌓아올린 본인만의 철학 위에 올려진 상상은 감탄을 자아냈다. 1편에서도 그랬지만 그저 상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냈고, 그렇다 쳐라식의 내용이 없다. 최소한의 근거들이 항상 있고 그 상상 하나하나마다 작가 본인이 갖고 있는 철학메세지를 하나씩 담아놨다. 단적인 예로, 멘털 스탬프라는 사상을 뇌에 직접 주입하는 기계를 묘사할 때 사람의 신념, 사상, 자유 의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다. 주입된 사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이전과 같은 사람인가, 믿을 수 있는가, 자유 의지를 상실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일 자격이 있는가 등등. 그래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넘어서 사유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세계관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상력에 감탄하는 것은 2권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공간이 개미 수준의 작은 단위에서 인간 수준의 중간 단위, 천문 수준의 큰 단위까지 넘나드는 것도 훌륭하고 시간이 현재에서 미래로, 동면을 통해 시간 점프를 함으로서 급진적으로 전개되는 것도 훌륭하다. 공간 관점에서 봤을 때도 우주에서 인간이 얼마나 미물인지, 시간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인간이 얼마나 찰나의 미물인지 느낄 수 있게 잘 짜여져 있다. 결말은 당연히 예상을 벗어난 신선함이었기에 두 말할 필요없다.

 

가볍지 않은 소설, 읽고 나서 여운이 남든 감탄이 남든 지식이 남든 뭔가 남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잠깐 볼 유흥거리로 여기기엔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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