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Fun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침닦는수건 2024. 3. 22.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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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소개

제목에서 느낌이 팍 오듯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체하기 시작하면 이전과 같은 형태의 노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제로 삼은 책이다. 단순히 요즘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얕은 수준으로 거품 낀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팔려는 목적이 아니라 전체 분량의 30%가 참고문헌일 만큼 깊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거의 논문에 가까운, 오히려 어떤 논문보다 심혈을 기울여 적은 책이다. 책 자체가 탄탄한 느낌이었고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노동자들을 대체하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실직자가 생긴다. 실제로 이러한 힘에 두려움을 느껴서 러다이트 운동이 벌어진 역사적 사실도 있는데, 이 대체하는 힘은 여태까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경제 성장, 즉 파이가 커지는 힘이 상쇄해주었기 때문에 결국 큰 사회적 문제로 언급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인공지능을 필두로 폭발적인 속도로 사람을 대체하는 힘이 강해질텐데 이전과 달리 이 힘은 전체 파이를 늘려 보상하는 힘으로는 상쇄되지 않을 정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일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일보다 사람이 많아질 시대가 오고 있으므로 늘어나는 실직자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노동이라는 것은 위치, 환경, 능력, 기질에 따라 사람에게 부여되는 것이라 특정 계층이 빠르게 실직하게 되는 극단화 현상은 어떻게 풀 것인지, 노동 인구가 줄어 세금이 적어진 상태에서 늘어난 복지 비용을 정부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등 다양한 문제를 역설하고 나름의 고민과 해답을 보여준다. 
 

짧은 후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사실 앞으로 일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지금처럼 아쉬움 없이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은 그렇게 오래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대체돼서 몸값이 내려가고 결국 저임금 노동을 하는 시기가 더 길어질 것이란 생각도 있었고, 내가 언제까지 남들보다 혹은 기계보다 능력있음을 인정받아 계속 고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도 있었다. 이 책을 읽고는 그러한 생각이 더욱 현실로 와닿았고 생각이 아니라 고민해야 될 키워드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 돈을 벌고 모으고 투자를 해서 노후를 준비하는 그 규칙이 나의 미래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더 와닿았음에도 명확히 내가 대처하고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 조금 절망적이었다.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며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인가보다 싶어 서글프기도 했다. 내가 노력을 하고 계속 공부하면서 그 속도를 늦출 수 있을 지언정 막을 순 없다는 흐름이 조금은 무서웠다. 원래 인생 모른다고 사실 이게 아니어도 불확실한 것은 맞지만 머지 않아 맞을 큰 태풍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조금 더 싱숭생숭했다. 인구 역피라미드 구조로 인한 2030 세대의 노인부양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더해 늘어난 실직자까지 부양해야 하는 미래가 다가오면 내가 모아둔 돈은 물론 자산까지도 갑작스레 세금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농후하고, 판을 뒤집는 인재가 나와서 경제를 견인하지 않는 이상 하향곡선이 정해진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보면 정말 막막했다. 정말 해외로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는 상상도 자주 하게 됐다.
 
책에서 기업과 자산가에게 더 큰 세율을 부과하여 세금을 마련하고 무조건적 복지기금을 모든 국민들에게 분배하는 식으로 정부가 움직이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말하기는 하는데 이건 국가의 기업과 자산가가 그걸 견딜만큼 견고하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니 우리나라에 맞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진짜 어떻게 되려나..
 
또, 이 책을 읽으면서 든 또 다른 생각은 일이 사라지면 뭘하면서 사는가다. 나는 여가 시간이 생겨도 특별히 하고 싶은게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요즘 부쩍 느낀다. 그래서 차라리 만족스런 일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다. 하지만 일이 정말 사라져버리면 나의 쓸모와 의미는 어떤 것으로 되새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나이를 드신 노인 분들을 보면 심심치 않게 시간을 감당 못하겠단 말씀을 하신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눈을 감는 사이 시간에 노는 것도 한 두시간이지 지루하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우리 아버지도 시간을 감당 못한다는 표현을 자주한다. 그만큼 삶에서 시간을 보내는 수단으로써 "일"이 담당하는 역할이 있는데 이게 없어지면 사람들은 뭐를 하면서 살아야 될까. 지금 나도 하루 24시간을 쓰라고 하면 뭘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돈 걱정 안한다고 해도 어렵다. 옛 그리스에서는 시나 글쓰기, 음악 활동, 정치 활동 따위에 시간을 쏟으면 인간 문명이 더 발전한다고 했지만 그게 요즘 맞는 말일까. 하란다고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란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일이 사라졌을 때 내가 나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도 고민해두어야 할 주제인 것 같다. 대체된 것도 서글픈데 시간을 보낼 건덕지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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