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Fun

삼체 1 : 삼체 문제

침닦는수건 2024. 8. 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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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오랜만에 책 하나 읽었다. 거의 2달 간 회사 옮기고 책에 흥미를 못 느껴가던 중 형의 추천으로 중국 SF 삼체를 읽어보기로 했다.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점, 중국 소설을 읽어본 적 없던 점, 복잡한 책보다 머리 식힐 책이 필요했던 점 때문에 골랐다. 
 

짧은 평

800 페이지가 조금 넘는 많다면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전체의 1/3 밖에 안되는 내용이라 아직은 전체 큰 그림이 그리 잘 그려지진 않는다. 주제 자체가 단순히 쉬욱 펑펑펑 하는 식의 공상이라면 읽기 쉬웠겠지만, 우주를 배경으로 하고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상상한 내용들이어서 집중하지 않으면 읽기가 쉽진 않다. 중성자, 양성자, 행성 간의 인력, 전파 증폭 등 키워드들만 들어도 배경 지식이 있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은 내용들 위에 쌓은 소설이라 어렵다고 표현하는게 맞는 것 같다. 게다가 시대적, 문화적 배경도 중국 문화 대혁명 시기로 선정하면서 그 당시 중국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모른다면 이또한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독자로 하여금 많이 찾아보고 공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수준 높은 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용적으론, 나는 재밌었다. 다행히 내가 공대 출신자여서 그런지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어서 느리지만 잘 이해하면서 읽었다. 상상하는 세계관 자체가 우주 스케일이기 때문에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이런 소설을 쓰기 위해서 작가지만 얼마나 많은 공학 서적을 읽었을지 존경심이 들었다. 기초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현실, 현실에서 겪는 의문의 사건의 힌트가 담겨있는 듯한 가상 현실, 의문의 사건의 본체인 우주적 존재를 동시에 풀어내기 때문에 읽는 중간에도 다이나믹하다는 느낌을 계속 받을 수 있었다. 의문의 사건들, 해석 불가능한 현상들이 보통 예상 가능한 수준이 아니라 책에서 직접 설명해주기 전까지 감도 못잡는 정도여서 또 흥미진진하다. 
 
넷플릭스에서는 1~3 편을 각색해서 인물도 합치고, 스토리도 변경해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은 소설로 꼭 읽어볼만 한 것 같다. 재미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냥 중국 소설이라는 장르를 접한 독자들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은데, 확실히 다른 느낌을 갖고 있는 장르기 때문에 교양 삼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예민한 주제인 중국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소설을 써낸 중국인 작가 류츠신에게 박수를. 지식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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