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Fun

요즘 애들

침닦는수건 2023. 7. 4. 00:32
반응형

읽게 된 계기

세이노가 추천한 도서 중 하나였다. 세이노의 추천 도서다보니 꽤 오래 전 출간된 책일 줄 알았는데 코로나 시기에 출간된 책이라 놀랐다. 제목과 강렬한 색 조합의 표지로 확실히 눈에 띄는 책이었는데 번아웃에 대해 설명한다고 해서 많은 책 중 먼저 읽기로 했다. 요즘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답답하고 무기력하고 공부할 게 있음을 알면서도 게임이나 키는 생활이 며칠 반복되면서 스스로 번아웃이 온게 아닌가 고민한 적이 있다. 어떻게 벗어나는가, 어떻게 정신 승리할 수 있는가가 궁금해서 안 읽을 수가 없었다. 해결책이 무엇일까. 

짧은 평

번아웃, 번아웃하지만 번아웃을 제대로 고민하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이 책에선 번아웃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준다. 읽으면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으로 하여금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고 약간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챙길 수 있었다. 번아웃이 그냥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니라고,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는 관점을 알려줌으로써 건강한 합리화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있지만 그저 무기력하고 휴대폰만 뒤적거리는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 하다.
 
퇴근하고 나에게 주어진 여가 시간 3~4시간 남짓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왜 하루에 3~4 시간 밖에 남지 않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 근로 계약에 따라 정해진 시간부터 9 시간을 근무해야 하기 때문이니까 그렇다고? 그럼 그런 고정 출퇴근과 9시간의 근로 시간, 주 5일 근무와 쥐꼬리만한 휴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나? 주 4일제 실험을 했더니 혹은 탄력근무제를 했더니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하락한다는 연구들도 있는데 누가 이렇게 정해둔거지?
 
이렇게 생각해보면 내가 지금처럼 내 인생의 몇 시간을 못 즐기고 사는 현 상황이 무조건 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저렇게라도 안하면 월급루팡하는 사람이 워낙 많으니 그나마 합리적으로 정했다고 할 수 있지만, 싸잡혀서 내 시간을 뺏기는건 사실이고 그게 내 잘못은 아니다. 내가 원한 희생도 아니고. 이 책에선 그러므로 열심히 일하고 몇 시간 안되는 여가 시간 마저 자기계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가 나약하고 게을러서 그렇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또, SNS의 영향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지 못할 것이라면 초라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문화, 수없이 쏟아지는 뉴스가 사회적 일원으로써 무언가 참여해야만 참시민이라고 압박하는 문화, 취미도 돈 되는 취미가 아니면 무시하는 문화 등 개인적인 수준이 전혀 아닌 원인들로 번아웃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준다.
 
끝까지 읽고 나면 적당히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돼서 마음에 울림을 주는 좋은 책이다. 저자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의 중요성을 해결책으로 말하는데, 이것도 울림이 크다. 유년기 느꼈던 시간이 주는 순수한 지루함을 언제 경험해보았는지, 이제는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킬링 타임이 가능해서, 기억도 안나는데 그 순수한 지루함들이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들어 더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한다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아 슬프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고 살아야겠다.
 
참고로, 이 책은 번역이 아주 잘 되어있다. 앤 헬렌 피터슨이 한국 사람인가? 착각이 드는 대목이 있을 정도로 의역이 필요한 곳은 훌륭하게 의역이 되어있다. 번역과 의역의 힘 때문인지 읽으면서 미국 사회 이야기임에도 한국 사회 이야기처럼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옮긴이가 박다솜 님인데 옮긴이를 찾아보게 하는 책은 이게 처음이었다. 

반응형

'Book > Fu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속의 우연들  (0) 2023.08.06
보통의 언어들  (0) 2023.07.06
어른의 문장력  (1) 2023.05.25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  (0) 2023.04.23
스노 크래시 (Snow crash)  (0)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