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된 계기
요즘은 투자 책이나 자기 개발서를 읽는게 좀 피로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의욕을 불태우기 위해 장작을 계속 넣다보면 아궁이가 꽉 차 생각처럼 불 조절이 안되는 것처럼 요즘은 읽어도 그렇게 책의 내용이 와닿거나 흡수되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 원초적인 단계로 돌아가 사람을 말하는 책을 보면서 한 숨 돌리고자 이 책을 골랐다. 여자친구가 먼저 읽고 추천해준 책이기도 해서, 저자가 전하는 메세지를 어느 정도 들었고 그 내용이 좋았기에 그대로 읽기 시작했다.
짧은 평
내가 이 책에서 뽑은 키워드 3개는 받아들임, 유머, 몰입이다. 첫 번째 받아들임은 책에서 대부분의 비중을 두고 전하는 메세지라고 생각해서다. 내 부모님, 내 배우자 및 연인,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내 스스로 나이 들어감, 병 들어감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주어진 내 삶을 받아들이는 것까지 내가 느낀 저자의 메세지는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였다. 어느새 나도 서른 살이 되었는데 누가 보면 아직 한참 어리다고 할 나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불과 2년 전 대학원을 졸업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님은 바라보는 시선부터 여자친구를 보는 시선, 돈을 대하는 시선, 변해가는 내 몸을 보는 시선 등등 너무나 많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달라졌다. 아직도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금 혼란을 느낄 때가 있었다. 혼란의 끝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으니 어색함이라고 표현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큰 내적 파도를 맞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 내가 내린 결론도 "어쩔 수 없다. 받아들인다" 였다. 그런데 저자도 같은 메세지를 말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위로가 되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가 지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시작하기 때문에 약간의 측은지심이 더 들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울림이 있는 책이었다.
두 번째 유머는 저자가 말하는 또 다른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을 웃어넘길 수 있게 만드는 힘. 그게 바로 유머라고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아프고 힘들 때 그것을 이겨나가게 했던 웃음과 기쁨을 만들어낸 것이 유머였고 그 원동력으로 힘든 투병 생활에서 낙을 찾아가며 산다고 책 전반에 걸쳐 표현하는 듯 했다. 요즘 들어 사람을 대할 때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대화를 이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안 좋은 내용도 기분 상하지 않게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유머고 상한 기분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유머라는 생각을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유머가 내 자신에게도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여태까지 남과 잘 지내기 위한 처세 중 하나로 생각했던 것이 유머였는데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피식 피식 웃으며 사는게 나한테도 얼마나 중요한지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마지막 몰입은 책 끝에 다시 인생을 산다면 어떻게 살지 말하는 부분에 짧게 등장하는 단어다. 여러 이야기를 하지만 그 중에 눈에 띄었다. 이전에 딥 워크라는 책에서 몰입에 대해 다뤘을 때도 굉장히 몰입이란 단어에 꽂혔었는데 이 책의 저자 역시 몰입의 힘을 말하는 것을 보고 다시금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되어서 그냥 키워드로 뽑았다. 몰입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발전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라는 메세지인데 전적으로 공감하는 메세지여서 와닿았다. 죽을 때까지 내가 의미를 부여하며 열심을 다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싶었다.
이 책은 위로의 책이었다. 책 제목과 저자에 대한 설명에서 어렴풋이 이 책의 내용을 추측할 수 있으니 뻔한 말일 수 있지만 위로의 책이 맞다. 그래서 지쳤다 싶을 때 몇 장씩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별 4.5개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