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Memoir

[끄적끄적] 연구원으로 살아남기?

침닦는수건 2025. 4. 6. 21:26
반응형

요즘 게재되는 논문을 보다 보면 딥러닝은 과학이 아니라 자본력이라는 말도 있듯이 빅테크 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실험량으로 일반적인 수준의 연구실이나 개인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을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격차를 넘어선 초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가 요즘 내 주요 관심사다. 단순히 대학원생이 어떻게 논문을 잘 쓰느냐 수준의 고민이 아니라 사회에서 계속 "연구원"이라는 직업 하에 나의 쓸모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라는 고민이다. 

 

본래 연구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하여서 깊이 있게 조사하고 생각하여 진리를 따져 보는 일" 이지만 공학에서는 특별히 "쓸모를 더욱 더 쓸모 있게 만드는 일", "쓸모 있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 내는 일"까지도 연구로 포함시켜주었기에 개인은 누구보다 뛰어난 것을 만들거나, 누구도 안하던 것을 만드는 두 가지 전략으로 연구를 해왔다. 하지만 컴퓨터 비전 분야는 빅테크 기업의 질주로 인해 전자의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 요즘은 후자의 전략을 택하는 사람들이 90%는 되는 것 같다. 후자도 역시 쉽지는 않다.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보통 안한 이유가 있거나 할 이유가 없었던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칫 쓸모 없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연구라고 부르는 꼴이 되기 쉽다. 나 역시 이런 늪에 빠질 때가 많은 것 같고.

 

이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방향이 결과적으로 좋은 연구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일까. 그냥 직업이 연구원으로 구분돼서, 팀 이름이 연구팀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경험이 앞으로 필요한 걸까. 

 

내가 지금까지 고민했던 수준 낮은 결론 몇가지를 얘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학적인 연구로 회귀해야 한다. 규모의 연구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이론에 집중해야 좋을 것 같다. Data-driven이라는 표현으로 모든 논리와 이론이 대체되는 요즘 논문에서 수학으로 논하는 본질 연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소한 벤치마크 성능 숫자 싸움으로 우수성을 주장하는 논문들이 요즘 빛이 바래고 있다. 숫자보다 얼마나 탄탄한 이론으로 발전 가능성 있는 수학적 알고리즘(기업이 자본을 들이부을  만한)을 구현했느냐가 더 인정받는 시대다. 물론 쉽지 않다. 수학 어렵다. 하지만 이런 연구를 해서 파생 연구를 유도하는 방향이 연구원으로써 자질을 의심받지 않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인 것 같다.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더 의미있는 방향은 맞는 것 같다. 수학에 조금 더 힘쓰자.

 

둘째, 쓸모를 확실히 해야 한다. 사람들이 실제로 쓰진 않더라도 누군가가 이 쓸모를 물어보았을 때 나라도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 쓸모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만들었는데 아무도 안 쓸 순 있다. 요즘 워낙 많은 알고리즘들이 빠르게 나오니까. 하지만 나라도 그 쓸모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나조차도 논문 실적 +1 정도로 치부하고 그냥 무시할 것 같으면 안하는게 차라리 더 나은 시대가 된 것 같다. 격하게 말하면, 아무도 의미를 알아주지 않는, 나조차도 의아한 문제를 정의하고 풀었다고 자위하는 논문은 10편이 되었건 나의 쓸모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쓰임받는 확실한 1개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게 나아보인다. 

 

나는 이 두가지를 해답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데, 끝내 좋은 연구를 못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도 당연히 든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그게 내 역량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만족하겠단 생각으로 그저 하고 있다. 

 

다행히 나는 이 일이 재밌다. 재미를 원동력으로 계속 하다보면 좋은 고민들을 더 하고 좋은 해답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반응형

'About me > Memoi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끄적끄적] Research engineer >> Research scientist  (0) 2025.04.06